지제크는 테러를 당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장정일처럼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적한 오해의 문제가 명확하지 않은 번역 탓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문맥을 따져보면 충분히 의미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들마저도 이미 수립된 자신의 의견에 맞춰 임의로 갖다 붙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논란이 되는 사안일수록 자신의 편견을 넘어 더 객관적이고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신중한 태도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